2007년 01월 05일
김연아 특혜논란
허리디스크로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을 할 수 없는 김연아 선수에게 원칙에 따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할 것인지, 예외를 두어 대표자격을 유지시킬 것인지에 대해 말들이 많은가 보다.
사실 난 직업이 직업인지라, 원칙에 대해 많이 민감한 편이다. 일단 성문화된 법은 그 법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재고하여 폐지하거나 개정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세워진 원칙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 불참한 김연아 선수에게 대표자격을 유지시키는 것이 ‘특혜’냐 아니냐 가지고도 말이 있는가 본데, 이건 분명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맞고, ‘특혜’에 해당하는 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이 특혜란 말이 신문지상에서 늘 커다란 비리와 붙어다니다보니 사람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지, 이 ‘특혜’는 그러한 특혜를 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특혜를 주지 않는 것이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고, 일괄적이고 무책임한 평등주의로 인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특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엄격할 것만 같은 법의 세계에서도 조문 곳곳에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부분을 많이 볼 수 있다.
주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난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다양한 특혜(전용 엘리베이터, 교통수단 무료 탑승권 등등) 역시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줄 수 있는 특혜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워낙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다보니, 국민들이 그런 특혜를 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를 아까워하는 것이지 제 할일만 잘 한다면 그보다 더한 특혜를 준들 뭐가 아까우냔 말이다.
하여간 그렇다면 김연아 선수의 문제 역시, 김연아 선수가 그러한 특혜를 받을 자격이 되느냐의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글쎄.... 과연 자격과 실력으로 볼 때 우리 국민 중에 이 부분에서 이의를 달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국내 종합선수권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고 있는데, 그러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매우 타당하며 당연한 규정이다. 이는 모든 선수들이 동등한 자격과 조건으로 실력을 겨루어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대표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고, 그러한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의 과정 없이 다른 요인으로 인해 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양궁이나 유도, 쇼트트랙 등과 같이 우수한 선수들이 많은 종목의 경우 저명한 국제대회에서 한 두 번 입상한 경력만 가지고 대표선발전 없이 대표가 된다는 건 그와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다른 국내선수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지명도 있는 국제대회 수상자를 빼고 국내선발전만으로 대표를 선정해도 전력상 크게 문제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피켜 스케이팅은 어떠한가? 김연아의 경우는 이미 더 이상의 객관적 검증이 불필요할 정도로 공인된 선수이고, 피겨 부문에서 100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니(물론 언론의 과장이기는 하겠지만....), 현재로선 국내에서 이 선수와 버금가는 선수를 찾아볼 수도 없을게다. 그렇다면 김연아를 빼고 국내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를 세계대회에 내보내는 것이 형평성에 꼭 부합하는 것인지, 설사 그런 선수가 내년 세계선수권을 나간다한들 국내외의 따가운 여론을 감안할 때 과연 맘 편히 경기를 하고 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국내대회 따위는 나가지 않겠다는 시건방진 태도 때문이 아니라, 단지 부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런 유능한 선수까지 원칙에 얽매여 세계선수권 출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옳은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난 고1 때 친구들과 기타를 둘러매고 이리 저리 놀러나 다니고, 여학생들 뒤나 쫓아다니다가 시험때가 되면 반짝 교과서를 들쳐보고 성적표를 받은 후 잘난척이나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진 건 없지만, 당시 내가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기여한 부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살아온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고1의 이 어린 소녀는 벌써 우리 국민들에게 뜨거운 기쁨과 활력을 주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으며 이미 세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과연 나 같은 사람 몇 십 명을 합쳐 놓은들 이 소녀 하나의 가치를 당해낼 수 있을까? 더욱이 이 소녀가 앞으로 더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점 및 이번 종합선수권대회 불참 사유 등을 고려하면 난 이 소녀에게 원칙에 벗어난 ‘특혜’를 주는 것은 충분히 ‘아주 특별한 사정’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그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하며,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자의적이고 쉽게 인정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한 원칙의 붕괴와 비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특별한 사정’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심사해야만 한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여러 정황상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고도 한참 남는다고 보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손질해서라도 이 선수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훈련과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일 것이다.
허리가 아픈 어린 선수를 9시간 이상 이코노미석에 앉히고, 여러 개고생 끝에 페테스부르크에 간신히 도착하게 만든 빙상연맹인지라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많이 걱정되지만, 이번엔 뭔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참... 기우이겠지만, 스포츠를 국위선양 등의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보지 말라는 등의 리플은 사양합니다^^)
사실 난 직업이 직업인지라, 원칙에 대해 많이 민감한 편이다. 일단 성문화된 법은 그 법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재고하여 폐지하거나 개정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세워진 원칙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 불참한 김연아 선수에게 대표자격을 유지시키는 것이 ‘특혜’냐 아니냐 가지고도 말이 있는가 본데, 이건 분명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맞고, ‘특혜’에 해당하는 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이 특혜란 말이 신문지상에서 늘 커다란 비리와 붙어다니다보니 사람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지, 이 ‘특혜’는 그러한 특혜를 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특혜를 주지 않는 것이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고, 일괄적이고 무책임한 평등주의로 인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특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엄격할 것만 같은 법의 세계에서도 조문 곳곳에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부분을 많이 볼 수 있다.
주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난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다양한 특혜(전용 엘리베이터, 교통수단 무료 탑승권 등등) 역시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줄 수 있는 특혜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워낙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다보니, 국민들이 그런 특혜를 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를 아까워하는 것이지 제 할일만 잘 한다면 그보다 더한 특혜를 준들 뭐가 아까우냔 말이다.
하여간 그렇다면 김연아 선수의 문제 역시, 김연아 선수가 그러한 특혜를 받을 자격이 되느냐의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글쎄.... 과연 자격과 실력으로 볼 때 우리 국민 중에 이 부분에서 이의를 달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국내 종합선수권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고 있는데, 그러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매우 타당하며 당연한 규정이다. 이는 모든 선수들이 동등한 자격과 조건으로 실력을 겨루어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대표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고, 그러한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의 과정 없이 다른 요인으로 인해 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양궁이나 유도, 쇼트트랙 등과 같이 우수한 선수들이 많은 종목의 경우 저명한 국제대회에서 한 두 번 입상한 경력만 가지고 대표선발전 없이 대표가 된다는 건 그와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다른 국내선수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지명도 있는 국제대회 수상자를 빼고 국내선발전만으로 대표를 선정해도 전력상 크게 문제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피켜 스케이팅은 어떠한가? 김연아의 경우는 이미 더 이상의 객관적 검증이 불필요할 정도로 공인된 선수이고, 피겨 부문에서 100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니(물론 언론의 과장이기는 하겠지만....), 현재로선 국내에서 이 선수와 버금가는 선수를 찾아볼 수도 없을게다. 그렇다면 김연아를 빼고 국내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를 세계대회에 내보내는 것이 형평성에 꼭 부합하는 것인지, 설사 그런 선수가 내년 세계선수권을 나간다한들 국내외의 따가운 여론을 감안할 때 과연 맘 편히 경기를 하고 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국내대회 따위는 나가지 않겠다는 시건방진 태도 때문이 아니라, 단지 부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런 유능한 선수까지 원칙에 얽매여 세계선수권 출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옳은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난 고1 때 친구들과 기타를 둘러매고 이리 저리 놀러나 다니고, 여학생들 뒤나 쫓아다니다가 시험때가 되면 반짝 교과서를 들쳐보고 성적표를 받은 후 잘난척이나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진 건 없지만, 당시 내가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기여한 부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살아온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고1의 이 어린 소녀는 벌써 우리 국민들에게 뜨거운 기쁨과 활력을 주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으며 이미 세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과연 나 같은 사람 몇 십 명을 합쳐 놓은들 이 소녀 하나의 가치를 당해낼 수 있을까? 더욱이 이 소녀가 앞으로 더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점 및 이번 종합선수권대회 불참 사유 등을 고려하면 난 이 소녀에게 원칙에 벗어난 ‘특혜’를 주는 것은 충분히 ‘아주 특별한 사정’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그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하며,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자의적이고 쉽게 인정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한 원칙의 붕괴와 비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특별한 사정’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심사해야만 한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여러 정황상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고도 한참 남는다고 보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손질해서라도 이 선수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훈련과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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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1/05 11:04 | 스포츠 | 트랙백(69)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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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김연아선수의 세계선수권출전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니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리도 안좋은 선수 9시간동안 고생시켜서 부상을 악화시켜놓고서는 이제와서 오리발이라면 정말 빙상연맹이 저주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 성적표 받아들고 잘난 척 한번 못 해본 사람이...
sollette// 예. 개인적으로 전 획일적인 평등주의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록불// 가르키는 달은 안 보고 왜 손톱의 때만 가지고 시비를 거시남요?
ileshy// 예 특혜 맞습니다(이미 본문에 그렇게 썼습니다). 그리고 국가대표 선발을 국회의원 선거와 비교하는 것은 'False Analogy'의 논리적 오류라고 봐도 될 듯 하네요(아래 love is a fallacy 참조)^^. 그리고 지적하신 부분은 매우 타당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제 글을 보시면 '아주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서 예외를 인정할 수 있고,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그런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입니다.
그리고 국위선양을 위해 다른 선수를 희생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국가대표는 국위를 선양하라고 국가 돈으로 지원하는 선수가 아니던가요? 그 선수들의 기회 보장과 개인적인 영광을 위해 국가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선발전 역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여 국위를 선양할 선수를 뽑는 과정인만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유차// 어디나 극성스럽기는 마찬가지로군요. 이안 소프의 경우는 좀 심했지만, 이번에도 만일 김연아를 빼고 대표를 뽑을 경우 그 선수가 제대로 경기를 하고 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bum// 예 맞는 말씀입니다. 위의 ileshy 님이나 bum님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겠죠.
ecotary// 고맙습니다.^^
pluto// 말씀하신 내용이 전적으로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자선수들에 대한 병역 면제 부분 역시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죠.
그러한 "예외"의 경우를 아예 엄격하게 규정해두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모든 예외사항(비록 어느정도의 제한을 두더라도)을 고려한 절차라는 것은 참.. 만들기 까다롭더군요..
이번 사건은 스포츠맨십의 영역에서 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혜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규정도 특혜라는 규정이 미리 상정 되어있어야만 인정 되어야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되면 규정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한번 성립 된 자의적인 판단은 선례를 남기게 되고 그런 선례는 항상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이런 식의 사고는 과거의 전근대적인 사고입니다... 가뜩이나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반복 된다는 점을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식이라면.... 그 누가 원칙과 규정을 지키겠습니까... 지금도 요령 못 피우면 바보 소릴 듣는 사회에서... 그리고 사회적 정의가 파괴 되는 사회에서 더욱 더 요령을 앞세우는 편법이 심화 되지 않겠습까??
사회가 그런 방향이었다면.... 아마도 황우석씨는 지금도 줄기세포연구를 원칙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원칙이 무너진 사회가 가진 요령과 편법을 흡수한 황우석씨의 사고가 그를 망친 것이죠...사회적인 환경이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했다면... 어쩌면 황우석씨는 더욱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편법과 요령이 난무하는 것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하는 것인 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가르키고 - X
[가리키고]가 맞습니다. (역시 손톱의 때가 즐겁다는... 캬캬캬캬)
인터넷 접속을 메일 체크나 주요 뉴스가 뜨는 컨텐츠나 몇 개 클릭하는 것 정도로만 이용했던 터라, 솔직히 다음의 아고라나 다른 컨텐츠는 정말이지 거의 와본 적이 없을 정도인데, 김연아 선수 기사를 너무나 우연히 클릭했다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마오를 이긴 동영상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경기를 보고 나 역시 김연아로 인해, 많은 사람들처럼 대한민국의 행복한 피겨팬이 된지 이제 3개월째쯤 되던가.
일본의 실력있는 두 선수마저 꺾고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최종 우승하던 경기는 얼마나 맘졸이며 방송을 기다리면서 시청했고, 그, 눈이 펑펑내리던 밤, 감사의 기도마저 올렸었는지. 뭐 하나 뜨면 열렬했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무관심해버린다는 냄비근성을 나또한 얼마나 가졌는지 모르지만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추구하는 것이 인간 본성 중 하나라면, 그리고 예술가를 흠모하고 부러워하는 나이므로 더욱, 앞으로도 주욱... 김연아만이 아니라 피겨 자체에 오래도록 관심을 가진 팬으로서 지낼 것 같다.
요새 김연아 허리 부상으로,
국내 대표선수 선발경기, 아시안게임, 도쿄에서 있을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 대한 김연아 선수의 출전 여부에 대해 정말 많은 기사가 뜨고 많은 사람들이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각종 팬사이트나 그녀의 미니홈피에 가보면, 건강이 우선이므로 허리 부상 완치에만 집중하라는 주문을 하는, 김연아 선수 자체를 아끼는 진심어린 바램들로 가득찬 걸 보면 정말 흐믓하다. 하지만 한 쪽에선, 그런 진심어린 마음 한 켠으로 빙상연맹에서 김연아에게, 국내대표선수 선발전에 나가지 않아도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들 또한 만만치 않다. 종합해 보면, 아시안게임보다는 아사다 마오 등 일본 선수들이 나오는 경기에 꼭 출전해서 다시 한 번 선전해 주기를 바라지만 그 전까진 무리하지 말아야 하므로 국내경기는 신경쓰지 말고 쉬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밝히고 있듯이 빙상연맹의 우려는,
김연아에게 이미 한 번의 특혜를 주어 국제대회에 나가게 한 전적이 있으며, 아무리 김연아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선수라는 것이 명백하고,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없을 정도로 다른 선수와의 실력차가 크다고 해도,
국내 피겨계가 김연아 한 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누가 뭐래도 명백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김연아가 우리나라 피겨 수준을 세계에 알렸으며 그녀는 국보급으로서 최고 수준의 실력임도 명백한 마당에 그런 정도의 특혜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열악한 국내 빙상계의 현실에서 고통과 노고를 겪으며 개인적인 노력으로 일군 결실인데 그 정도는 특혜를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조금 오버해서,
'진실로 우리 나라를 사랑한다면',
'진정으로 우리 나라 빙상계의 무궁한 발전을 바란다면'
'열 여섯 살, 앞날이 촉망되는 어리디 어린 김연아 선수를 아낀다면'
김연아 선수에게 그런 특혜는 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부모가 됐든 빙상계 관계자들이 됐든 그녀에게 올해의 경기들에는 참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그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WBC(World Baseball Classic) 때, 몇 강에 들면 그런 결과를 낸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준다고 했었다. 규칙이 어떻게 잘못됐고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두고 사람들은, 선수들에게 너무 일찍 당근을 주었다는 둥 불만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내 개인적인 소견으론, 그것이 냉철하게 파헤쳐 생각해 볼 핵심은 아니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에서 투쟁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요새 백수들이 많아졌다고 하고, 자발적 구직포기자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런 사실들은 결코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우리 나라의 오래된 구조적 문제들, 세계적인 경기 상황도 그 책임~원인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백수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얼마나, 때로는 눈물겹기까지 한 것인가.
스포츠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때로 국위선양을 하고 국가 이미지 쇄신 또는 제고에 큰 공을 세우고 국민들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하지만 냉정히 바라볼 때 개인적인 영광이 없이 희생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그들 자신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결과 아닌가. 마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해 매일매일 살얼음판 같은 직장생활을 감내하고,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 자신을 어거지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병역 특혜를 주려면 이런 방안도 어떨까 싶다. 그 기간 동안 경기를 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큰 부분을 국가나 사회에 헌납하게 한다든가 하는. 선수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기간 동안의 시간의 가치란 그가 개인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의 가치 외에 아니 그보다 더욱, 어쩌면 운동을 계속하면서 녹슬지 않을 실력에 비할 때 결코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부모님들의 근심 속에서 자신의 청춘 중요한 부분을 국방의 의무에 바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방법에조차 돈이면 되는 것이냐는 시비가 있을 수 밖에 없을진대 말이다.
우리 나라는 여러 가지로 사회의 전(全) 부분에서 원칙이 무너진지 오래고, 아니, 원칙이 아예 없었으며, 근본 윤리조차 상실돼 가고 있다고 사람들은 한탄한다.
이런 결정에조차 그러하다면, 목소리를 드높여 말하진 못해도, 많은 사람들은 '역시' 하는 생각 또한 품을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일들에 무뎌져 자신의 일에도 체념하는데, 남의 일이겠거니 무심하려나.
이런 점에서, '진실로 우리 나라를 사랑한다면' 김연아에게 특혜를 주어서는 안된다. 큰 대의명분만 캐치프레이처럼 남발한다 해서 대한민국의 윤리와 원칙이 서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결정들에서 원칙대로 일처리를 하고 충분히 설득한다면 하나하나 고치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
'진정으로 우리 나라 빙상계의 무궁한 발전을 바란다면' 하는 생각의 발로는 이러하다.
이미 여러 기사들에서 언급했으나 우리 나라 빙상계, 피겨계에는 김연아 선수 말고도 다른 여러 선수들이 있다. 꼭 우승을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출전권이 부여되는 것이었는가? 우리 나라가 언제부터 피겨강국으로서 세 명의 순위 안에 들어야만 만족을 할 만큼이 되었는가. 국제대회는 어린 선수에게, 참가 자체만으로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큰 체험이 될 것이며 열심히 해서 국제대회에 선발되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향후 그 선수들이 미래를 어떻게 꿈꾸느냐 하는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 한 번 형평성 문제로 회귀하지만 이는 다른 선수들의 꿈조차 짓밟을 것이며, 타고난 신동이 아니면 대한민국에선 아예 피겨를 할 꿈조차 꾸지말라는 선고나 마찬가지 아닌가.
마지막으로...
'열 여섯 살, 앞날이 촉망되는 어리디 어린 김연아 선수를 아낀다면' 더욱이 특혜를 주어서는 안된다.
김연아의 허리부상을 두고 '디스크, 막 전초 단계'라든지, '디스크 초기 증세'를 보이는 부상이라고 한다든지, '척추 자체의 문제'로 인해 허리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며 이를 방치한다면 목까지 통증이 오게 될 거라는 많은 말들이 있다.
물론 모든 진단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러나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운동량이나 대회참가 가능성, 또는 된다안된다의 판단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는데, 당장의 참가 욕심때문에 경미한 부상이라는 쪽에 비중을 두고 참가를 결정하고 연습을 계속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며, 아무리 인간의 노력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지만 만약의 사태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작년, 김연아가, 그녀의 LP 음악제목(종달새의 비상)처럼 '비상'했었다 해서 또다시 분명히 그런 우승으로 이어질 경기를 할 거라 확신하고 무리하게 참가를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어린 소녀를 국가라는 전체를 위해 개인을 혹사하고 희생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열 여섯 소녀는 이미 많은 것들을 나름대로 생각할 나이이지만, '기다림', '인내'라는 것이 때로 인생에서의 최종적으로 성공으로 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보다는, 눈 앞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최고라는 경기 성적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이는 부모나, 다른 빙상관계자들, 김연아를 아끼고 사랑하며 진심으로 그녀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많은 팬들이 어린 그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는, 불확실한 한 치 앞의 조급한 열매에 판단력을 흐려 건강을 잃어선 안된다.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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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피겨의 진정한 팬이라고는 말하기가 멋적은 사람이다. 글 앞 부분에서와는 조금 다르지만 고백하고 싶다.
나는 아직 피겨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점프도 정확히 꿰고 있지는 못하다.
또한 가볍게 이를데 없는(일본 자국내에서 가장 얼굴이 예쁜 선수가 누구냐는 설문을 했고, 다수의 사람들이 아사다 마오에 손을 들어줬다는 결과나 보도하고 있으며, 안도 미키 등 다른 선수들은 없다는 듯이 마오만을 위한 경기처럼 열광하는 작태에는 정말 할 말을 잃는다.) 일본 언론이나 마오에만 열광하는 일본 피겨팬들이 쳐놓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김연아-아사다 마오 경쟁구도에 말려들어 때로는 '마오만 이기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아직 피겨 자체에 팬이라기보다는 국제대회에서 우리 나라의 승리를 바라는 수준임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접고 건강회복에만 힘쓰라는 우리나라 국민들, 김연아를 국보급이라 여기며 소중히 생각하고, 건강을 유지해서 그녀의 선수생활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고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따뜻하고, 김연아 선수를 자신들의 딸처럼 언니처럼 누나처럼 여동생처럼... 혈육처럼 여기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들처럼 나 역시 그녀가 너무 소중하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선수생활 하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세계에 선보여 주길 바라는 진심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나라가 할 일을 개인이 해줬다는 표현처럼,
맹모처럼,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같이,
그녀의 부모님께도 감사하는 마음, 존경심마저 우러나오지만,
빙상연맹의 결정이 어떠하든,
김연아 선수를 통해 대한민국에 원칙이 살아있고, 자식의 성공을 조급히 바라기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것이 어린 김연아 선수의 창창한 앞날에 흠집하나, 오점하나 없는 순수한 영광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
(덧1.'예외없는 법은 없다'라는 말로 유연한 적용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영욕과 파벌싸움으로 얼룩진 빙상연맹이라지만 그런 점들이 원칙이 지켜져야 함에 자신없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덧2. 라이벌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진정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다. 더군다나 김연아 선수가 일본 선수를 꺾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일본 언론이든 일반 국민들 중 얼마나 될 것인가. 김연아 선수가 대회에 참가하게 돼 어거지로 연습을 강행해서 만에 하나 허리가 영구히 안좋아져 일본 선수들의 적수가 아예 못되기를 바라고 저렇게 우리 나라까지 와서 일부러 우리 나라 피겨팬들이나 언론, 김연아 선수를 자극하기 위해 설레발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일본의 행태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덧3. 우리 나라 피겨팬들이나 김연아 선수, 그녀의 가족, 빙상연맹 관계자들은 너무, '마오가 출전하니 연아도 참가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말았으면 싶다. 김연아 선수가 주니어 시절에 어떤 세계 대회를 앞두고, '마오도 참가하겠죠?'라는 말을 한 것처럼, 김연아가 참가하지 않는 대회 우승도 마오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에겐 개운치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아픈 몸이기에 승리가 불확실한 경기에, 건강까지 담보로 해 굳이 참여해 일본에게 오만한 만족감만 채워줄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김연아가 빠진 누군가의 우승은 앙꼬빠진 찐빵이 될 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무리하게 강행해서 좋지도 않은 컨디션으로 아슬아슬한 경기해서 지는 것보다-아무도 허리 부상을 거론하며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그렇쟎은가 세상살이가. 때로 결과만이 말해 줄 뿐-어린 김연아에게는 내년이 후년이 또 그 후년의 세계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올림픽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증상이 당장 잠시 사라진 듯 하다해서, 너무 조급하게 연습을 강행하지 말고, 좀 긴 기간이 걸리더라도 완쾌해서 트리플 악셀도 쿼드도 연마해야 계속 우승할 수 있을 것 아닌가...)
- 아울러... 위에 글 남긴 분 '가는 이' 분 말씀에 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