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2.

출근해서 오전 중에 해야 할 급한 일은 대충 마무리 했으니, 잠시 짬을 내어 FAQ 속편.

6. 사랑니 발치 후 술은 절대 먹으면 안 되나요?
피가 나는 관혈적 치료를 하고 나서 술을 먹지 말라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제일 중요한 이유는, 관혈적 치료 후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염증과정에서 술은 혈관을 확장시켜 초기 염증반응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혈적 치료 뿐 아니라 몸 어딘가 염증이 있어 항생제를 먹을 때도 보통 의사로부터 금주 지시가 내려온다.

하지만 내가 돌팔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발치 후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운 하악 사랑니 발치의 경우는 2-3일 정도 금주, 금연(흡연시 입안에 생기는 음압으로 출혈 가능성이 높아짐)을 지시하기는 하지만, 쉬운 상악 사랑니 같은 경우는 깨끗히 발치된 경우 그냥 그날 술 먹어도 별 탈이 없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주변 치과의사 친구들은 정작 자기들 이를 뽑고 난 후 그날 술을 먹는 일이 종종 있다. 탈 나냐고? 술 좀 먹었다고 탈 날 거면 그건 사주팔자에 탈난다고 써 있는 넘이라 뭘 해도 난다.....라고 믿는 나는 아마도 stone seller?

하여간 일부러 술을 찾아 먹을 건 없지만, 쉽게 발치된 상악 사랑니 등은 별 걱정 안 해도 되고, 어려운 하악 사랑니 같은 경우만 며칠 자중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뭐 이부분은 의사마다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만일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했다면, 나 역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서 내가 면피하기 위해 무조건 금주하라고 지시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이 모임에 나타나 이 뽑은 지 며칠 안돼 술 못먹는다고 징징 거리면 그냥 확 코 틀어 잡고 입에다 부어버릴거다.

7. 제대로 난 사랑니는 뽑아야 하나.
제대로 났다는 기준이 의사마다 조금씩 다르고 환자 개개인의 상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만일 정말 '제대로'났다면 미쳤나? 절대 뽑을 일 없다. 사랑니도 중요한 몸의 일부다. 잘 나온 사랑니는 나름대로 훌륭한 기능을 하고, 나중에 다른 어금니가 상하면 사랑니를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엔 심지어 상한 어금니를 뽑아 내고, 사랑니를 뽑아 어금니를 뽑아낸 자리에 다시 심어버리는 기술까지 발달했다.

다만 아래 까망마녀처럼 잇몸이 조금 사랑니를 덮고 있는 경우는, (1) 기다린다. 기다리다 보면 잇몸이 저절로 퇴축돼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이 잘 닦는건 필수. (2) 안 없어질 듯 하면 병원에 가서 덮고 있는 잇몸을 조금 절개해 낸다. 별로 안 아프다. (3) 절개할 정도를 넘어서거나 검사 결과 별로 영양가 없는 사랑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뽑아 버린다.

8. 내가 아는 사기꾼 병원이 하나 있다. 그냥 확 어떻게 해 버리고 싶기도 한데....
하여간 이 병원은 사랑니를 뽑을 때 데스크 간호사가 환자를 꼬신다. 발치된 자리에 뼈가 빨리 차 오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인공 뼈 내지는 뭔가 특수한 재료가 있는데 이 걸 쓰면 뭐가 좋고 뭐가 좋고...불나불나불나...결국 이 재료를 쓰려면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사랑니 하나 뽑는데 10만 원을 넘게 받는다. 이거 순 뻥이다. 정말 나쁜 의사다. 혹시 어디서 이런 병원 만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오고 주변에 열심히 홍보해서 문 닫게 해라.
의사들에겐 안 된 일이지만 사랑니 발치는 전부 보험이 된다. 간혹 치아 교정을 위하여 이를 빼는 경우는 보험이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도 사실 보험처리 되는 길이 열려있다. 병원에서 모르거나 귀찮아서 안 해주는 것 뿐이다. 이 하나 뽑으면서 너무 돈 들이지 말자.( 하지만 정말 어려운 사랑니 30분 넘게 끙끙 거리며 갖은 고생 다해서 뽑아 놓고 돈 만원 남짓 받으면 정말 인건비에 재료비도 안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이거 수가 올려야 한다. 의사들도 다 어려움이 있다....-.-;; )

음...다음은 잘 생각이 안 난다. 나중에 리플로 질문이 들어오면 FAQ 항목에 추가할테니 궁금한 거 물어들 보셔요. 상담료는 공짭니다 공짜(아, 난 전생에 천사였나봐..^^;; )

by 이지스 | 2005/06/28 10:21 | 의료 마당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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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cond at 2009/05/18 21:10
헉 저는 사랑니 날 때 아픈게 이래저래 수험생활과 겹쳐서 고등학교 때부터 멀쩡하게 나던걸 다 뽑았는데 왠지 아깝네요-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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